디지털 휴먼의 광고열풍(상)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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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아’와 ‘한유아’, ‘김래아’는 가수로 데뷔했다. ‘루시’는 쇼호스트로 활동 중이다. ‘아이’는 걸그룹 에스파 멤버이며, 미즈 쎈(Ms.XEN)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다.   모두 ‘가상인간’ 또는 ‘버추얼 휴먼(Virtual Human)’으로 불리는 ‘디지털 휴먼’(Digital Human)의 이야기다.   2021년 언제부턴가. 새로운 ‘디지털 휴먼’ 인격체들의 경제활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로 모델과 가수 등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하면서, 광고모델이나 인플루언서로 활발하게 활동한다.

자동차, 의류 등 소비재나 금융, 쇼핑 기업들은 디지털 휴먼들을 앞다퉈 모델로 섭외하며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왜 기업들은 많은 사람 모델들을 뒤로한 채 디지털 휴먼을 모델로 섭외하고 있을까? 모델료가 싸서? 가장 큰 이유는 디지털 휴먼 자체가 일종의 ‘페르소나’로 기획됐기 때문인 것 같다. 기획 과정부터 특정 ‘타깃 계층’의 성향과 캐릭터를 반영해 제작됐다는 의미다.

특정 계층 반영한 ‘불멸의 페르소나’
페르소나는 시장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사용할 만한 목표 집단 안의 사용자 유형을 대표하는 가상의 인물, 가상의 타깃 고객을 말한다. 고대 그리스의 가면이라는 말로 외적인 인격, 또는 공적인 얼굴을 뜻하며, 심리학에서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 자아의 어두운 면이라는 부정적 용어로 쓰인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감독의 분신이나 특정한 상징을 나타내는 배우를 의미하며, 마케팅에 있어서는 긍정적인 ‘잠재 고객’을 의미한다.

디지털 휴먼의 제작은 기획단계부터 특정계층의 취향과 성격을 반영해 이뤄진다. 태생적으로 잠재 타깃, 즉 ‘페르소나’의 성향이 반영되기 때문에, 마케팅 측면에서는 ‘타깃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선택지라고 할 수 있다. 2016년. 세계 최초의 대중적 디지털 휴먼으로 등장한 릴 미켈라의 경우, 기획 단계부터 영웅이나 우러러볼 대상이 아닌 사회적 소수자, 마이너리티의 페르소나로 지정했다.

릴 미켈라는 브라질, 스페인, 미국인의 혈통이 섞인 19세 여성으로 성 소수자다. 사회문제에 있어서도 진보적인 성향이다.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해시태그로 #BlackLivesMatter라고 쓰여 있다. 흑인 인권을 존중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삼성전자가 2019년 온라인 홍보 캠페인 ‘팀갤럭시(#TeamGalaxy)’ 4명 중 하나로 릴 미켈라를 택한 건 젊고, 진보적이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페르소나’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한국에서 포문을 연 ‘로지’는 여행을 좋아하고, 춤을 잘 추고 즐기며, 패션감각이 독특한 22세의 여성 페르소나로 이른바 MZ세대를 겨냥했다. 인플루언서로서 제공하는 콘텐츠들도 MZ세대 자체의 특성을 고스란히 반영하면서 MZ세대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MZ세대를 겨냥한 소비재기업이, MZ세대의 취향을 그대로 반영하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건 합리적 접근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