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통역사의 영어 정복기-듣기,말하기,읽기,쓰기를 체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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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선희 (단국대 영문과, 통역대학원)
문법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지만 미국 사람이 말을 하면 하나도 모르겠는데, 그 말을 글로 써놓으면 너무 쉽다며, 어떻게 해야 리스닝을 잘 할 수 있는지 묻는 사람이 많다. 아마도 이것은 비영어권 국가에 살면서 영어를 익혀야 하는 모든 이들의 최대 고민이며 관심사일 것이다.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주일에 한 시간씩이던 영어수업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지만,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영어를 접한 덕분에 영어시험이 말 그대로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러면서 영어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FM을 듣기 시작한 나는 집에서는 항상 라디오를 켜놓았다. 좋아하는 팝송 가사를 구해 따라부르거나 아니면 소리나는 대로 우리말로 적어 불렀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뉴질랜드인과 영국인 펜팔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물론 영어편지쓰기 안내책과 한영사전을 놓고 문장을 베끼는 수준이었지만, 5년 넘도록 같은 일을 반복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작실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고등학교 때 한번은 짝사랑하던 영어 선생님께 영어로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그 편지를 수업시간에 읽어주며 크게 칭찬하시는 바람에 그 황홀감에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나는 친구들과 달리 문법을 먼저 공부하지 못했다. 방학이면 친구들이 이런저런 문법책을 뗐다고 자랑했지만,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 외에는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시험볼 때도 문법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으로 찍으면 맞는 경우가 많았다.
내 발음이 정확해야 영어도 들린다
이렇게 재미있어서, 그리고 필요해서 꾸준히 접해오던 영어를 지금은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도 영어에 좌절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영어를 조금 더 많이 접한 사람 중 하나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적어 본다.
영어의 소리는 우리말과 다르다. 영어는 영어식으로 발음하자.
나는 '말하기와 듣기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믿는다. 따라서 리스닝 실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발음과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 종종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거나 한글을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한글은 어떤 문자보다 다양한 발음을 표현할 수 있지만 외국어 발음에 대한 완벽한 표기는 역시 불가능하다. 박찬호의 '박'은 Park이 되지만, park을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파크'가 되는 예를 들 수 있다. 한 언어학자는 영어의 우리말 표기법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영어실력을 한없이 뒤쳐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영어를 우리말 식으로 발음하면 영어는 방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내가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기도 어렵다. 내가 아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앞서도 언급했듯이, 내 경우는 팝송 가사를 소리나는 대로 받아적거나 들리는 대로 따라부르면서 단어의 정확한 발음기호와 강세에 주의했던 것이 후에 큰 도움이 되었다.
어휘를 늘려야 한다
발음이 정확하고 소리는 잘 들어도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즉 소리는 들리는데,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많이 들린다. 가능하면 어려운 말보다는 쉬우면서도 자주 쓰는 단어와 관용어구를 익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머리 속에 남았던 것은 오핸 세월이 지난 후에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듯이, 젊을 때 왕성한 기억력으로 어휘를 익혀 두어야 할 것이다. 영영 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많이 듣고 말하는 실전경험을 늘려야 한다
영어는 말이다.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수험용이 아니다. 문법이나 어휘를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소통을 잘하는 건 아니다. 외국인과 마주치면 알고 있던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실력 부족을 자책하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용기를 내어 외국인과 직접 부딪쳐 보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스닝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영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영어학습은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 등 따로따로 분리해서 논할 수 없다. 따라서 리스닝만을 따로 떼서 공부하기보다는 위의 4가지를 병행해서 총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기간이 아니라면 어학연수는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정도의 도움밖에 주지 못하기 때문에 어학연수를 못 간다고 해서 억울해 할 것은 없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왕도만 찾는다면, 영어는 영원히 고통스런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꾸준히 즐기면서 배우자!